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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영화적인 것+ 2022. 2. 13. 16:18
197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이자 스탠퍼드 대학의 설립자인 르랜드 스탠퍼드는 선술집에서 동료들과 하나의 문제를 놓고 내기를 한다. 그것은 말이 질주하는 동안 네 개의 발굽이 땅을 동시에 밟는 순간이 있는가, 라는 문제였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의 움직임 속에서 이러한 모습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가 초인적인 시력으로 이를 포착한다고 해도 모두가 납득 가능한 증거를 대지 못할 것이다. 이 문제는 일종의 밈처럼 당대 승마 애호가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스탠퍼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자금으로 연구비를 조성해 에드워드 마이브리지라는 사진 작가를 고용하게 된다. 마이브리지는 이미 획기적인 건축 사진술로 명성을 얻고 있던 전문 사진사였다. 1870년 타임랩스 기법 - 일정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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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스레드 | 그로스 마케팅은 개소리인가요?+ 2022. 2. 2. 15:45
꽤 오래전부터 레딧 눈팅족이었는데, 가끔 유용한 글이 올라온다. 누군가가 적당히 어그로를 끌어주면, 자연발생적으로 커뮤니티가 이 중심으로 형성되어 이를 물고 뜯는다. 이 때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이 올라오는데 각자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일정 부분은 공통분모로 수렴된다. 시리즈로 레딧 스레드를 주제별로 번역해볼까 하는데, 오늘 주제는 다음과 같다. "그로스 마케팅은 개소리인가요?" *BS - Bullshit DrJigsaw 뭘 뜻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만약 그로스 해킹을 쉽게 돈 버는 방법 정도로 생각하신다면야 네, 그건 99.99% 개소리가 맞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그로스 해킹이 아니라 탄탄한 마케팅 과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만약 마케팅 과정을 해킹하여 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을 생각하신다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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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마술 그리고 상상력의 한계+ 2022. 1. 22. 21:45
옥외 광고판에 앉아있던 아이는 비행기가 해당 구역 상공에 나타나자 일어나서 이를 가리키며 따라간다. 광장의 군중들은 바로 앞의 LED 전광판과 몇 킬로미터의 상공을 번갈아본다. 아이가 지나온 자리에는 해당 비행기의 편명이 정확히 명시되는 문구가 표기된다. 바르셀로나 BA475, 뉴욕 BA272, 암스테르담 BA431. 일부 로테이션에는 비행기 편명의 할인가나 경쟁사 대비 운항 시간대의 우위를 프로모션하기도 한다. 2013년 칸느 광고제의 그랑프리를 비롯해서 각종 광고상을 휩쓴 영국 항공의 캠페인이다. 이후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 봐도 본 캠페인은 경이롭다. 디지털 기반의 광고는 점점 고도화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기법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의 리얼타임 광고는 지금도 흔치 않다. 나왔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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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브랜드 매트릭스+ 2022. 1. 19. 21:53
현대카드 정태영 CEO가 진행한 브랜딩 강의 시리즈를 몰아서 보았다. 유튜브에 부록까지 포함해 약 일곱편이 공개되어 있는데, 나름 브랜딩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나로써도 신선한 내용들이 있어 한번 시간을 내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이러한 종류의 컨텐츠를 소비할 때 주의깊게 찾는 포인트는 나의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구조화된 로직이다. 필립 코틀러나 세스 고딘 같은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들의 서적들은 때로는 너무 일반론에 가까워 오히려 이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이 과연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반면 시중에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마케팅 관련 컨텐츠들 - 특히 요즘은 독자와 비슷한 또래의 실무자들을 직접 앞세우는 방식이 유행하는 것 같은데 - 은 지나치게 현장 경험에 함몰되는 나머지 특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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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패턴+ 2022. 1. 16. 15:23
테스트 패턴은 텔레비전 방송국이 프로그램 방영 이전에 수상기를 조정하기 위하여 방송하는 고정적인 화면이다. 정규 방송 시간을 벗어나면 TV에서 보이던 알록달록한 색의 기하학적인 무늬가 이것이다. TV가 막 가정용으로 보급되던 시절,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시청자가 직접 이를 조정해줘야 했는데, 방송국이 송출해주는 테스트 패턴의 색상 및 음향 표준값에 맞춰 조정 장치를 조작해주면 된다. 말하자면 캘리브레이션 차트인 셈이다. 흑백 TV 시절 미국에서는 시청자들이 위의 RCA 테스트 패턴과 같은 이미지를 띄우고 TV의 휘도와 명도, 화면비 그리고 컬러 밸런스 등을 방송국이 권장하는 기준과 맞는지 확인했다. 아래쪽의 막대들은 프리퀀시 측정용이고 가운데 X는 각각 화질 해상도와 명도를 확인해준다. 중앙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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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화 작업+ 2022. 1. 15. 19:39
나의 개인사가 흥미롭진 않지만 일종의 의무감으로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말하자면 문서화 작업이다. 살면서 몇 번인가 자료들을 소멸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당시 운영해왔던 블로그가 그랬고, 복학한 뒤 관리해오던 클라우드 폴더가 그랬다. 그 당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내 삶을 재정비하고자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사각지대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들이 점점 누적되면서 내 스스로가 하나의 텅빈 공간처럼 느껴진다. 유의미한 검색 결과 하나 나오지 않는 데이터베이스. 내 사후에 나의 평전을 쓰게될 작가의 입장에서는 무척 곤란한 상황인 것이다. 뭐 이딴 텍스트가 다 있어, 이런 식의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위기감을 느끼고 인덱싱에 신경써야 하겠다. 다행히 나는 남의 평가를 제법 신경쓰는 부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