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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라이브러리> 노암 토란, 2008 나의 개인사가 흥미롭진 않지만 일종의 의무감으로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말하자면 문서화 작업이다. 살면서 몇 번인가 자료들을 소멸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당시 운영해왔던 블로그가 그랬고, 복학한 뒤 관리해오던 클라우드 폴더가 그랬다. 그 당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내 삶을 재정비하고자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사각지대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들이 점점 누적되면서 내 스스로가 하나의 텅빈 공간처럼 느껴진다. 유의미한 검색 결과 하나 나오지 않는 데이터베이스. 내 사후에 나의 평전을 쓰게될 작가의 입장에서는 무척 곤란한 상황인 것이다. 뭐 이딴 텍스트가 다 있어, 이런 식의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위기감을 느끼고 인덱싱에 신경써야 하겠다. 다행히 나는 남의 평가를 제법 신경쓰는 부류의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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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게 생각했던 내 삶의 몇 가지 일들이 2021년에 정리되었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던 사람과 결별했고, 스타트업은 해산했다. 두 방향으로 가던 커리어도 심플해졌다. 난 다소 방향을 좀 잃은 상태인데, 사고를 전개시킬 수 있는 몇 개의 단서들은 가지고 있다. 나의 이른바 재구축 작업은 크게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첫번째는 마케팅이다. 나의 커리어와 연관되어 있으며, 전문성 축적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사용자 경험 디자인, 포지셔닝, 데이터 애널리틱스, 애드 테크 등을 다룰 것인데, 매주 구체적인 주제를 잡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스터디 그룹이나 세미나를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름 긴 시간을 투자했으나 모르는 것이 많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한다. 두번째는 문학이다. 일종의 패시브 스킬 같은 것인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교하게 만들어준다. 감성 충전은 기본이고, 글쓰기 벤치마킹에도 유효하다. 폭 넓게 정의해서 미술이나 영화도 포함시켜 다룬다. 세번째는 일상 기록이다. 라이프스타일 관리 측면에서 중요하다. 나라는 개인의 궤적을 약간 자동기술적 방식으로 문서화할 예정이다. 주변 인물들은 이니셜로 하되, 가급적 있는 그대로 적는다. 과도한 상징주의는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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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면 좋을까! 나는 가끔 도스토에프스키 소설의 주인공처럼 외치고 싶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야외 전광판들이 거인들처럼 허리를 숙여 손 내밀었다. 서울은 기록적 한파에 진입했고 나는 면역결핍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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